청양유기농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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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시의 세계 2022. 1. 11. 13:47
군고구마의 계절이군요 잠깐 외출했다가 옛날 빙 둘러앉아 호호 불며 김장김치 얹어 먹던 고구마 생각이 났습니다 고구마 / 이희정 “1·4 후퇴였지, 소래 다리 이르러 피난민들 꼬여 떠밀리듯 건너는데 이불 보따리 이고 앞서 건너던 아기엄마 그 위 올라앉은 아이가 기우뚱하더니 미끄러지는 게야 침목 아래 소용돌이로 첨벙 얼음덩이 썰물이 금세 저만큼 쓸어 가데 네 누이도 고구마 자루에 태웠는데 말이여 휴, 그때 멈춘 심장 아직도 뛰질 않잖아!” 아랫목 주둥이마다 고구마 발라 넣으시다가 가슴 언저리께 짚어 울먹이셨다 고구마 순 다듬으며 무명치마로 덮던 장딴지 정맥류가 녹아내린 심장이었을까 보릿고개 핏줄들 층층이 이고 심장 떼어주며 건넜을 천길 외다리들, 뿌리 잃은 장작 지피는 난로 위에서 목놓아 울다 녹아내리는 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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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누에시의 세계 2021. 9. 7. 13:40
푸른 누에 1 잠이 단 날은 꿈이 없었다 꿈을 꾼 날은 배가 고팠다 2 잎맥 삼천 발 먹고 넉잠은 자고 나서야 명주실 윤기 흐르는 방에서 비단날개 기다린다 했던가 스스로 허물 벗지 못한 무녀리의 서글픈 저녁나절 그림자 부쩍 자라난 몸마디는 실루엣으로 마른가지 위 탈선한 열차처럼 기울었네 머리 세워 허공 저작하는 주둥이여 저 석양줄기 몇 올 갉을 수 있다면 해묵은 아궁이 속 불 지피어 질긴 삶 몇 가닥 투명하게 삶아낼 수 있다면 막다른 골목이여 푸근한 섶 되어다오 가난한 별들 음표 그어 빛으로 노래하지 않는가 이희정 시집 '푸른 누에'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