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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고구마의 계절이군요
잠깐 외출했다가 옛날 빙 둘러앉아 호호 불며
김장김치 얹어 먹던 고구마 생각이 났습니다
고구마 / 이희정
“1·4 후퇴였지, 소래 다리 이르러
피난민들 꼬여 떠밀리듯 건너는데
이불 보따리 이고 앞서 건너던 아기엄마
그 위 올라앉은 아이가 기우뚱하더니 미끄러지는 게야
침목 아래 소용돌이로 첨벙
얼음덩이 썰물이 금세 저만큼 쓸어 가데
네 누이도 고구마 자루에 태웠는데 말이여
휴, 그때 멈춘 심장 아직도 뛰질 않잖아!”
아랫목 주둥이마다 고구마 발라 넣으시다가
가슴 언저리께 짚어 울먹이셨다
고구마 순 다듬으며 무명치마로 덮던
장딴지 정맥류가 녹아내린 심장이었을까
보릿고개 핏줄들 층층이 이고
심장 떼어주며 건넜을 천길 외다리들,
뿌리 잃은 장작 지피는 난로 위에서
목놓아 울다 녹아내리는 뿌리식물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