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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 이희정
백일장서 상 받아
오래두고 쓰리라던 만년필 잃고
상실감 앓던 날
엄니는 부지깽이를 찾아다니셨다
불씨 불어넣을 때
생선토막 올리려 불씨 끄집거나
굳은 허리 펴 일어설 때
잿간에 삼태기 털거나
뿔난 내 엉덩이 후려칠 때 늘 함께하며
몽당연필처럼 줄어갔어도
아궁이 곁 언제나 서 있을 줄 믿었던,
엄니도 만년필을 찾던 것이었다
부리나케 밭에서 달려와
구수하고 따끈한 시
뚝딱 한 상 써올리던
도깨비 방망이를
* 이희정 시집 '푸른 누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