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일상 (재배 농가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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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통농부의 일상 (재배 농가 방문기) 2021. 7. 26. 09:17
밥통을 고맙게 받아 들고 출근한다 중복 더위에 점심은 어울려 복달임이라도 할까, 하다가 습관이 먼저 들고 나온다. 변종 바이러스, 무증상감염, 떠드는 뉴스 탓도 있을 것이다 밥통을 유지키 위해 출근하고 밥통 담는 손길의 평온을 위해 일하고, 내 뱃속 밥통도 편안하려면 그렇지 난 밥통이 필요해. 쓰레기 감량 좀 돕고 뭘 먹을까 고민 없고 거리 두기, 출처 불명의 재료들, 재활용 반찬 신경 안 쓰고 두루두루 편안해지는 밥통이 새삼 고마울 뿐 누군가의 밥이 되어 준다는 말이 건방져 보인다면 누군가의 밥통이 되고 싶기도 하다, '이런 밥통 같으니!' 갈채도 받고 싶고 올해도 자두 맛보기는 글렀습니다 / 게으른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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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농부의 일상 (재배 농가 방문기) 2021. 7. 22. 09:23
동틀 무렵 '여명'이라는 낱말을 떠올리며 '남은 생'이라는 또 다른 한자어의 의미를 생각한다 어제 생을 마감한 누군가는 이 모습을 볼 수 없겠다는 생각과, 매일의 일출을 영상에 담는 사진작가의 의지와, 나의 일상이 오버랩되며 어떤 영감을 불러 일으킨다 기계로 전달되는 이미지는 마치 어느 황혼녘의 모습과도 흡사하나 기록한 사람만이 알 수 있다는 점은 이어지는 시간이 아침인가 밤인가를 그만 알 수 있기 때문이리라. 그것이 영원히 반복되는 것이라면 대수롭지 않은 일상이겠으나 누구나 개인적 종말을 피할 수 없다는 데서 시와 음악과 형상의 예술이, 나아가서 영원한 진리의 탐구가 출발했는지 모른다. 유한성과 계절성에 '영원'의 비밀이 숨어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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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자 농부의 일상농부의 일상 (재배 농가 방문기) 2021. 7. 16. 16:15
작성자 / 청양군 대치면 상갑리 / 명천제 아내가 요즘 새벽부터 수확해서 택배로 보내는 것이 있으니 바로 요것입니다. 여주라고 하지요 구기자는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힌 것도 있고 하우스에 들면 교향악을 연주하는 벌떼들의 공연이 제법 웅장하답니다. 풍작이 기대되면서도 코로나로 인해 일찌감치 초청해놓은 외국근로자 분들의 입국절차가 늦어지고 있어 사뭇 걱정이네요. 고추를 심으려고 두둑을 해 놓았더니 얼른 고라니 망을 치고 여주를 심는 아내가 조금은 미깔맞았는데 요즘 새벽부터 신이 나서 바구니 가득 수확해 택배를 보내는 걸 보니 수입도 꽤 짭짤해서 아이들 용돈 인심도 쓰는 모양입니다, 하우스 옆 자투리 밭 감자 수확도 다 아내의 극성이지만 지난 주 매제네 식구들 다녀갈 때 감자며 옥수수 바리바리 싸주는 모습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