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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집 풍경 / 이희정
오남매의 까치밥이
고수레처럼 거룩한 감나무 아래
노부부 구부정히 앉았고
일렁이는 단풍은 다채롭기도 하다
할미 시선 머물던 곳에서
검버섯 박힌 잎 하나 주워든다
감꽃 떨어지던 서러운 봄날 지나
한여름 두툼해서 무뚝뚝하던 잎사귀
그 아래 꿀맛 같던 낮잠 추억하는가
손바닥에 낙엽 하나 건네려 하지만
할아비 눈은 먼 석양에 젖어들고
들녘으로 저녁까치가
하나, 두울 내린다
이희정 시집 '푸른 누에'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