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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구역 사철나무시의 세계 2021. 10. 21. 11:16
재개발구역 사철나무 / 이희정 빈 창틀과 밤새워 속닥거리더니 다발 중심에 솟은 외가지도 눈과 눈이 맞았다 까치를 휘청 쏘아올린 활시위에서 날리는 것은 깃털일까 눈송이일까 십여 년 사철 내내 지워지던 발자국들 모아모아 푸른 잎으로 길러냈지 난무의 설(說) 뿌렸던 까치야, 그믐엔 네가 그려봐 까치 발우물이 촉촉해온다, 녹아내리는 것은 해바라기 노인의 그림자일까 추락한 애드벌룬일까 청사진 패널마저 붉은 눈물 흘리고 일찍 털린 외가지가 햇살을 장전하자 골목 탄착점들이 다투어 까발리기 시작한다 개발 새발, 괴발개발 작가 노트 '공주문학' 25집에 발표한 시입니다. 재개발 구역의 지하빌라에 머물던 시절 을씨년스런 폐허의 거리에 축복처럼 눈이 내리던 날의 감동과 풀린 날씨에 녹아내리며 드러나던 풍경이 재개발 승인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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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누에시의 세계 2021. 9. 7. 13:40
푸른 누에 1 잠이 단 날은 꿈이 없었다 꿈을 꾼 날은 배가 고팠다 2 잎맥 삼천 발 먹고 넉잠은 자고 나서야 명주실 윤기 흐르는 방에서 비단날개 기다린다 했던가 스스로 허물 벗지 못한 무녀리의 서글픈 저녁나절 그림자 부쩍 자라난 몸마디는 실루엣으로 마른가지 위 탈선한 열차처럼 기울었네 머리 세워 허공 저작하는 주둥이여 저 석양줄기 몇 올 갉을 수 있다면 해묵은 아궁이 속 불 지피어 질긴 삶 몇 가닥 투명하게 삶아낼 수 있다면 막다른 골목이여 푸근한 섶 되어다오 가난한 별들 음표 그어 빛으로 노래하지 않는가 이희정 시집 '푸른 누에'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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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썰물새참 흥 타령 2021. 8. 23. 16:44
사랑의 썰물 / 임지훈 노래 차가운 너의 이별의 말이 마치 날카로운 비수처럼 내 마음 깊은 곳을 찌르고 마치 말을 잃은 사람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떠나가는 너를 지키고 있네 어느새 굵은 눈물 내려와 슬픈 내 마음 적셔주네 기억할 수 있는 너의 모든 것 내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와 너의 사랑 없인 더 하루도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은데 잊혀지지 않는 모습은 미소짓던 너의 그 고운 얼굴 어느새 굵은 눈물 내려와 검붉은 노을 물들었네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혼자 외로울 수 밖에 없어 어느새 사랑 썰물이 되어 내게서 멀리 떠나갔네 어느새 사랑 썰물이 되어 내게서 멀리 떠나갔네 어느새 사랑 썰물이 되어 내게서 멀리 떠나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