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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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자의 각오시의 세계 2021. 7. 14. 09:05
구기자의 각오 / 이희정 친정에서 얻어온 구기자나무 밭두둑 빙 둘러 심으셨어, 보라색 꽃에 벌들 배부르고 주옥열매 치렁치렁 된서리 오도록 쪄서 말리고 쪄서 말리고 하노라면 허리 휜 가지에서 마른 잎들 우수수 쏟아졌지 아버지는 회갑상 자리서 글썽이셨어, 약골인 내가 회갑을 산 건 당신 덕이라고, 말리는 수고 못 이겨 마다하는 농사 아흔아홉 구비처럼 덖고 덖으며 살아온 당신은 영락없이 선홍의 저 열매를 닮았다고 칠갑산자락 지금도 피고 지는 구기자 아침햇살 영롱한 보석들은 낡은 흑백사진 속 입술연지 붉게 찍은 소녀, 홀어미 외아들께 시집와 가마 내려서 둘러보는 김부자댁 셋째딸의 당찬 각오가 반짝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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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와 나시의 세계 2021. 7. 7. 10:25
백제와 나 / 이희정 왕국에서 농막으로 흘러 땀 맛 알수록 더욱 부끄러워지는 사비성 시절 밭에 들어가다 멈칫, 기다려 반기던 새벽하늘 잔별들 같은 들꽃들의 군무가 먼 징 소리처럼 번져온다 아, 백마강 울돌목 소용돌이 진 꽃들이여 사마의 연지(蓮池)와 서동의 궁남지 길러내던 흰 마음 백성의 꽃을 기와에 새겨 하늘 이고서 잠들었다 낙화 강줄기 물결치던 나당(羅唐)의 깃발 풀꽃 밟는 말굽들의 거친 공습이여 불꽃 서화(書畵)들의 단말마여 용서받지 못하더라도 밤하늘 걷고 걸어가서 만나야 하리 진흙의 마음속 담아 송이송이 드리우고 무명 꽃들의 춤사위 에두른 연못에 공후 가락이 달떡 빚는 저녁마다 풀향기 무(武)장의 힘으로 안녕(寧)하리 * 공주문학 무령왕 특집호 '이희정' 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