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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기자의 각오
    시의 세계 2021. 7. 14. 09:05

    구기자의 각오            / 이희정

     

     

     

    친정에서 얻어온 구기자나무

    밭두둑 빙 둘러 심으셨어,

    보라색 꽃에 벌들 배부르고 주옥열매 치렁치렁

    된서리 오도록 쪄서 말리고 쪄서 말리고 하노라면

    허리 휜 가지에서 마른 잎들 우수수 쏟아졌지

     

    아버지는 회갑상 자리서 글썽이셨어,

    약골인 내가 회갑을 산 건 당신 덕이라고,

    말리는 수고 못 이겨 마다하는 농사

    아흔아홉 구비처럼 덖고 덖으며 살아온 당신은

    영락없이 선홍의 저 열매를 닮았다고

     

    칠갑산자락 지금도 피고 지는 구기자

    아침햇살 영롱한 보석들은

    낡은 흑백사진 속 입술연지 붉게 찍은 소녀,

    홀어미 외아들께 시집와 가마 내려서 둘러보는

    김부자댁 셋째딸의 당찬 각오가 반짝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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